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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7/31 16:53:17
Name shadowtaki
Subject [일반] [영화] 왕가위 감독 다음 영화는 만들 수 있을까??
매번 적어보자 적어보자 하면서 갖가지 핑계로 미루었던 글을 한 번 적어보자 합니다.
저를 영화보는 것에 끌어들인 2가지 이유중 하나인 왕가위 감독에 대한 글입니다.

지난 주말 이병헌이 나온다는 RED2를 보기 위해 극장에 다녀왔습니다. 영화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만 저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일대종사'의 예고편이었습니다. "아.. 드디어 나오긴 하는구나.."
제가 이 영화에 대한 소식을 들었던 것이 2004년 '2046' 이후에 다음 프로젝트가 이소룡의 스승이자 영춘권의 창시자인 엽문에 대한 이야기라고 들었던 것이었습니다. 무려 9년이 걸렸습니다.... '일대종사'라는 제목을 들은 것도 05년 초기에 들었으니.. 그 사이에 후발주자로 시작한 엽문이라는 영화는 벌써 4편이나 제작되었더군요.

저는 왕가위 감독을 정말 사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가위 감독의 다음 작품은 언제가 될지 의문인 상황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 주장에 대한 설명을 드릴려면 요즘의 영화제작 추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적어보아야 할 것 같네요.
최근 영화제작의 추세는 단적으로 말하면 봉준호 감독의 제작방법을 많이 따라가고 있습니다. 영화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촬영전까지 영화의 소토리와 플롯 심하면 콘티까지 이미 완성이 된 상태로 촬영장소 섭외, 미술분야에 대한 준비까지 완료하고 촬영에 돌입하여 필요한 촬영을 최단기간에 끝마치고 편집해서 마무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영화의 제작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고 배우들의 스케쥴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왕가위 감독은 이 추세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영화제작으로 악명이 자자합니다. 완성된 각본은 없고 심지어는 스토리도 없는 상태에서 활영을 시작합니다. 배우들은 활영현장에 나와서 대기합니다. 감독이 삘받아서 어떤 상황을 주고 쪽대본 수준의 대략적인 대사와 장면만 설명을 하고 촬영을 합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어떠한 이야기에서 어느 장면인지 감독도 배우도 모릅니다. 촬영한 장면이 영화에 사용될지 안될지도 모르죠. 이러한 촬영현장은 당연히 이야기의 끝에 대한 개념이 없이 촬영을 하다보니 촬영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스탭과 배우의 대기시간은 무한정 늘어나고 있구요.
이러한 왕가위 감독의 성향 때문에 2046에 참여했던 일본배우 김탁후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죠. 그리고 2046의 장만옥 촬영부분이 편집과정에서 대부분 삭제됨으로써 왕가위 감독과 배우 장만옥의 사이가 멀어지기도 하게 되구요. 또 니콜 키드먼과 함께 만들기로 했던 '상하이에서 온 여인'은 애초에 계약을 3개월 이내에 촬영을 종료하는 것으로 하고 시작했다가 그 기간을 지키지 못해서 영화가 제작취소되는 사태도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번 '일대종사'의 촬영에는 특히나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는데요.. 참여했던 배우들이 도중에 캐스팅을 취소하지 못해 안달이라는 소문마저 있었으니..
앞으로 왕가위 감독에게 투자하겠다는 투자자가 있을지 출연하겠다는 배우가 있을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내가 돈을 투자했는데 10년 뒤에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것도 수익률은 의문이다.. 배우입장에서는 한 번 들어가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그 중간에 수많은 기회들을 놓칠 수 있는데 아무리 좋은 감독의 작품이라도 꺼려지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예상을 하고 있지만 이번 영화 역시 필수로 관람할 것이고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되겠죠. 예전 '동사서독' 촬영중에 게릴라식으로 촬영했던 '중경삼림'이 대박을 쳤듯.. 다시 한 번 그런 느낌으로 후다닥 영화를 만들어도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인데 점점 집착이 심해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습니다. '에로스'라는 옴니버스 영화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분명 짧은 촬영기간에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 감독이기 때문에 다시 그 때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번 '일대종사'가 대박터지길 기대하며 이만 글을 마칠까 합니다. 여러분은 왕가위 감독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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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天君
13/07/31 16:59
수정 아이콘
왕가위 감독의 제작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보네요. 감독의 역량은 분명히 고평가 받을 부분이 있지만 저런 제작방법은 정말 난감한데요.
13/07/31 17:00
수정 아이콘
왕가위 영화 저도 좋아했는데 2046이 너무 실망스러워 그 이후론 찾지 않게 되네요. 이전에 즐겨 본 90년대 왕가위 영화조차 내가 괜한 것에 과도한 심상을 이입한 건 아니었는지 자문해볼 만치요.
shadowtaki
13/07/31 17:20
수정 아이콘
그래도 2046은 아비정전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준 것 같다는 생각에 나름 즐겁게 봤답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 왕비가 출연해서이기도 하지만요..
'아비정전'-'동사서독'-'춘광사설'-'화양연화'-'2046'은 하나의 영화로 봐도 될 것 같고
'중경삼림'-'타락천사'는 쌍둥이 영화로 봐도 될 것 같다는 제 나름의 생각입니다.
특히 화양연화는 아비정전2의 이야기중 하나를 영화로 만든 것이기도 하고 2046은 공식적으로 그렇지는 않지만 저는 아비정전2로 보고 있습니다.
13/07/31 17:24
수정 아이콘
예, 대강 그리 카테고라이징 되겠지요. 그리고 왕가위 감독이 의도한 바인진 모르겠습니다만, 동사서독의 경우는 단순히 감독 개인의 필모 그래피적 연장선상에서 벗어나도 여러모로 곱씹을 부분이 많은 텍스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그 전까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2046에서 거의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랄까요.
Practice
13/07/31 17:00
수정 아이콘
와; 배우도 투자자도 진짜 싫을 것 같네요...
땅과자유
13/07/31 17:05
수정 아이콘
탐닉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감독이 아닐까요?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까지요.
shadowtaki
13/07/31 17:10
수정 아이콘
어떠한 상황을 그려내는 것에 대한 완성은 그 어떤 감독보다도 뛰어나다고 할 수 있죠.
정말 공기까지 그려내는 것 같은 분위기는 많은 설명과 대사가 없어도 이해가 될 정도니까요..
특히나 숏의 프레임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해서 영화의 어떤 장면을 잘라놔도 사진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죠..
13/07/31 17:08
수정 아이콘
홍상수 감독도 저런 스타일이죠.
다만 왕가위 감독가는 다르게 정말 빨리 찍죠.
유준상씨가 방송에 나와서 영화 찍은 이야기를 했는데 영화 찍으러 아침에 나오면 그 때 대본 만들어서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 찍다가 나오는 돌발 상황을 가지고 이야기를 연결시켜버리는 재주가 있더군요.
예를 들면 유준상씨가 복도에서 계단 내려가는 씬을 찍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ng를 냈는데
그대로 스토리에 넣어버리고 다음날에 한의원에 침 맞으러 가는 씬을 넣어버린다던가..
제 입장에서는 뭔가 좀 이해가 안가지만 그렇게 해서 수익이 나온다면야 뭐...
shadowtaki
13/07/31 17:15
수정 아이콘
네.. 홍상수 감독님도 딱 저런 스타일이죠. 다만 빠른 촬영속도 때문에 배우들도 부담없이 낮은 개런티로 출연해서 이름값도 높이고 하는 것이죠.
왕가위 감독도 '중경삼림'과 같은 그런 작품들이 있었으니 다시 한 번 그런 영화 만들어 봤으면 싶습니다..
그런데 홍상수 감독과 왕가위 감독의 화면은 딱 정 반대에 있는 것 같아요..
왕가위 감독은 '추억'을 극도로 미화시켜 청자에 대한 추억을 더욱 고취시키는 반면
홍상수 감독은 '추억'을 '기억'으로 끄집어내어 날 것 그대로 화면에 보여준 뒤 창피해 하는 청자를 보면서 낄낄댈 것 같은 그런 화면이죠.
13/07/31 17:31
수정 아이콘
홍상수와 왕가위는 영화에서 추구하는 바가 워낙 다르죠. 홍상수 영화의 방점은 내러티브에 있는 반면, 왕가위는 철저하게 이미지에 집착합니다. 홍상수처럼 정말 저예산으로 후딱후딱 찍기는 어려울 것이며, 또한 자본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표현 하나, 어휘 하나, 온점 하나 세심히 갈고 다듬는 조지훈에게 브레히트만큼 빨리 써대라고 말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13/07/31 17:15
수정 아이콘
왕가위 감독 제작 방식이 이런지는 몰랐는데, 역시나 동사서독 촬영중인지 전후인지에 만들었다는 동성서취가 떠오르는 군요 ( ...)
스즈키 아이리
13/07/31 17:16
수정 아이콘
배우고 스텝이고 미칠만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shadowtaki
13/07/31 17:17
수정 아이콘
아마 동사서독 촬영중에 잠깐 비는 2개월이 채 안되는 기간에 만들어낸 '중경삼림'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왕가위 마니아를 양산해낸 작품이죠.
13/07/31 17:20
수정 아이콘
아뇨 동성서취. (저도 직접 보진 않았습니다. 아 그리고 감독은 왕가위 감독이 아닙니다.)
http://dorothy01.egloos.com/4432711
http://millenione.blog.me/120056642135

중경삼림보고 굉장히 느낌이 좋았는데, 동사서독은 많이 어려웠다는 기억이 나는군요.
shadowtaki
13/07/31 17:23
수정 아이콘
아.. 이런 이야기도 있었군요.. 나름 왕가위 감독의 일에 대해서는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에피소드는 제가 몰랐었네요..
사실 동사서독은 지금 봐도 좀 난해한 것 같아요..
13/07/31 17:23
수정 아이콘
동사서독, 동성서취 다 봤습니다만... 제가 알기로도 동성서취입니다. 제 취향엔 이쪽이 더 맞았다는..
13/07/31 17:26
수정 아이콘
당대 흥행에 있어서도 동성서취가 압도적이었을 겁니다. 그와 별개로 동사서독이 보다 곱씹어볼 여지가 많은 작품이며, 왕가위의 다른 모든 영화와도 차별화될만한 무엇이 담겨있다고 생각하지만요.
13/07/31 17:28
수정 아이콘
영웅문 시리즈를 다 봤던 때라 이를 심하게 비튼 동성서취가 재밌더군요. 반면 동사서독은.. 참 어렵고.. 캐릭터의 극한까지 침잠해 들어가는 느낌에.. 대중이 바라는 액션 따위는 뒷전이니 흥행이 되긴 힘들었지요.
왕은아발론섬에..
13/07/31 17:19
수정 아이콘
뭔가 예술가 같은 감독이네요.
배우나 스텝은 짜증 많이 날듯.
레지엔
13/07/31 17:29
수정 아이콘
저러다가 훅 간게 성소재림의 장선우감독아니었던가요...
13/07/31 17:35
수정 아이콘
2046에 개인적으로 실망을 많이 하긴 했습니다만 장선우의 성소재림은...
13/07/31 17:35
수정 아이콘
무작정 카메라 들이대서 꽂히는 장면 위주로 영화를 만들다 충무로를 반 폐허로 만들었던...
13/07/31 17:54
수정 아이콘
배우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흥행시켜주는것 빼면 같이 작업할 이유가 없는 감독인데 최근 작품의 흥행력을 봤을 때 어려울 것 같네요.
영원한초보
13/07/31 18:20
수정 아이콘
저번에 인터뷰 보니까 비내리는 장면에서 격투씬 하나 찍는데 6개월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명장이라고 하지만 그건 좀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크
13/07/31 18:21
수정 아이콘
중경삼림 화양연화 아비정전 ㅠㅠ
아우디 사라비아
13/07/31 19:24
수정 아이콘
아아아.... 아비정전!!!!
ChRh열혈팬
13/07/31 18:35
수정 아이콘
화양연화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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